상속이 무조건 유리할까? 자녀 증여를 먼저 따져야 하는 경우

"상속은 일괄공제 5억 원이 있으니 증여보다 낫지 않나?" 지금 재산가치만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자산이 앞으로 크게 오를 자산이라면 결론이 뒤집힙니다.
상속세는 부모가 사망한 시점의 재산가치로 계산합니다. 지금은 세금이 없는 자산이라도 10~20년 뒤 가격이 뛰면 그 상승분까지 상속재산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값이 쌀 때 미리 증여하면 이후 상승분은 자녀의 재산 증가로 갑니다.
같은 아파트, 다른 결론
부모가 시가 5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사망 시점에도 5억 원이고 다른 상속재산이 없다면 일괄공제 등으로 상속세가 안 나올 수 있습니다. 반면 지금 성인 자녀에게 증여하면 공제 5,000만 원을 뺀 금액에 증여세가 붙습니다. 당장은 상속이 압도적으로 유리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20년 뒤 15억 원이 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속세는 취득가가 아니라 사망 당시 가치로 계산하니 10억 원의 상승분이 전부 상속재산에 포함됩니다.
물론 부모의 전체 재산, 배우자 유무, 채무, 다른 상속인, 세법 변화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증여세 계산기와 상속세 계산기로 두 경우를 각각 계산해 비교해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일반증여와 부담부증여
일반증여
채무 없이 부동산 전체를 무상으로 넘깁니다. 자녀가 전체 가액 기준으로 증여세를 냅니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가액이 클수록 높은 세율을 맞습니다.
부담부증여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 같은 채무까지 함께 넘깁니다. 시가 10억 원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4억 원이 있다면, 자녀가 채무를 실제로 인수하는 조건으로 순자산 6억 원에 증여세가 계산될 수 있습니다.
다만 채무가 넘어간 부분은 부모가 유상으로 양도한 것으로 봐서 부모에게 양도소득세가 생깁니다. 자녀의 증여세와 취득세, 부모의 양도소득세, 등기비용, 앞으로 자녀가 낼 보유세를 다 합쳐 비교해야 합니다.
가장 조심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부모가 대출이자나 원금을 대신 갚아주면 자녀가 채무를 실제로 인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추가 증여세와 가산세로 이어지므로 자녀의 상환 능력과 자금 흐름이 분명해야 합니다.
미리 증여하면 효과가 큰 자산
생전 증여가 모든 자산에 유리한 건 아닙니다. 미래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큰 쪽에서 효과가 납니다. 개발 가능성이 있는 토지, 재건축·재개발 예정 부동산, 성장 가능성 있는 비상장주식, 장기 보유할 우량주식, 임대수익이 안정적인 부동산 같은 경우입니다.
반대로 지금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앞으로 빠질 자산을 증여하면, 비싼 값으로 증여세를 낸 뒤 가격이 내려앉습니다. "무조건 오른다"는 기대만으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10년 단위 증여재산공제
- 성인 자녀: 10년간 5,000만 원
- 미성년 자녀: 10년간 2,000만 원
시간을 두고 나누면 출생 직후 2,000만 원, 만 10세 이후 2,000만 원, 성인이 되고 요건을 채운 뒤 5,000만 원 식으로 최대 9,000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옮길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10년은 자녀 나이가 아니라 실제 증여일 사이의 기간으로 셉니다. 또 부모와 조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받은 증여재산은 일정 범위에서 합산되므로 증여일과 증여자를 정확히 기록해 둬야 합니다.
혼인·출산 공제
성인 자녀가 결혼했거나 출산했다면 기본공제 외에 추가 공제를 쓸 수 있습니다. 혼인신고일 전후 또는 자녀 출생·입양일 전후 일정 기간에 직계존속에게 받은 재산이 대상입니다.
부부가 각자의 부모에게 받으면 양가에서 각각 계산됩니다. 다만 중복 적용과 적용기간, 평생 한도 조건이 있습니다. "부부 합산 3억 원까지 무조건 비과세"로 단순화하지 말고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주는지로 나눠 봐야 합니다.
아동수당을 자녀 계좌로 받으면
아동수당과 부모급여는 국가가 양육을 지원하는 급여라 부모의 현금 증여와는 성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돈을 부모가 임의로 쓰거나 다른 자금과 섞으면 출처가 흐려집니다.
자녀 명의 전용 계좌를 쓰고, 입금 내역을 보관하고, 부모 자금과 분리하고, 투자·사용 내역을 기록하고, 자녀를 위한 용도로만 쓰는 편이 좋습니다. 자녀 명의로 주식이나 ETF를 장기 투자할 수는 있지만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금이 0원이어도 신고하는 이유
공제 범위 안이라 낼 세금이 없어도 신고해 두면 자금출처가 남습니다.
부모가 5,000만 원을 증여했고 자녀가 그 돈으로 산 주식이 2억 원이 됐다고 해보겠습니다. 과거 신고내역이 있으면 최초 투자금의 출처를 설명하기 쉽습니다. 자료가 없으면 언제 얼마를 증여했는지 따로 입증해야 합니다.
신고기한은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입니다. 3월 10일에 증여했다면 3월 말일부터 3개월입니다.
다만 낼 세금이 0원이면 신고세액공제로 돌려받을 것도 없습니다. "세금이 0원인데 신고하면 3%를 받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상속이 유리할 수 있는 경우
- 전체 상속재산이 상속공제 범위 안일 때
- 자산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을 때
- 배우자 상속공제를 충분히 쓸 수 있을 때
- 부모가 임대소득이나 생활비로 그 자산이 필요할 때
- 증여세와 취득세를 낼 현금이 부족할 때
- 자녀 간 분쟁 가능성이 크거나, 자녀가 자산을 관리할 준비가 안 됐을 때
특히 주택을 증여하면 자녀의 주택 수가 늘어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청약자격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증여세가 줄었다고 전체 세금이 준 게 아닙니다.
생전 증여가 유리할 수 있는 경우
- 미래 가치 상승 가능성이 큰 자산을 가진 경우
- 부모의 전체 재산이 상속공제를 크게 넘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
- 자녀별로 오래 나눠 증여할 시간이 있는 경우
- 자녀가 세금과 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경우
- 임대소득·배당소득을 미리 넘기려는 경우
- 자녀의 주택 마련이나 창업을 지원하려는 경우
핵심은 지금 세금을 줄이는 게 아니라 미래의 상승분과 소득을 미리 다음 세대로 옮기는 것입니다.
증여 전에 계산할 세금
자녀 쪽 — 증여세, 취득세, 지방교육세, 등기비용, 앞으로의 재산세·종부세, 나중에 팔 때 양도소득세
부모 쪽 — 부담부증여 채무 부분의 양도소득세, 임대소득 감소, 노후생활비 부족
가족 전체 — 자녀 주택 수 증가, 청약 무주택자격 상실, 건강보험료 변화, 대출한도 변화, 형제자매 간 분쟁 가능성
한 항목을 줄이려다 다른 세금과 비용이 더 커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가족 전체 기준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자주 나오는 오해
- 재산이 5억이면 상속세가 없다? 아닙니다. 일괄공제 외에 배우자, 상속인, 채무, 사전증여재산까지 함께 계산합니다
- 부모와 조부모가 각각 5,000만 원씩? 성인 자녀 공제는 직계존속에게 받은 재산을 10년간 합산해 적용합니다. 따로따로 계산하면 안 됩니다
- 부담부증여는 무조건 절세? 자녀 증여세는 줄어도 부모 양도소득세와 자녀 취득세·상환 부담이 생깁니다
- 증여받은 부동산이 오르면 추가 증여세? 정상적으로 완료된 증여 뒤의 상승분에는 일반적으로 추가 과세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시 평가가 잘못됐거나 저가양도 문제가 있으면 과세될 수 있습니다
- 증여세를 부모가 대신 내줘도 되나? 그 세금도 추가 증여로 봅니다. 전체를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정리
어느 쪽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 상속공제 범위 안이면 당장은 상속세가 없지만, 크게 오를 자산이라면 미래 상승분까지 상속재산이 됩니다. 반대로 생전 증여는 상승분을 넘길 수 있는 대신 지금 증여세·취득세가 나가고 부모의 노후자산이 줄어듭니다.
현재의 증여세와 미래의 상속세,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그리고 부모의 노후생활비까지 한 판에 놓고 계산하는 것. 그게 현실적인 기준입니다.
※ 일반적인 세무정보이며, 실제 세액은 가족관계와 재산구성, 과거 증여내역, 채무, 배우자 유무에 따라 달라집니다.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처럼 평가가 복잡한 자산은 실행 전에 세무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국세청, 국가법령정보센터